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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 지방의원, 다음 목표는 '국회'

도래샘 0 4,831 2014.08.01 16:00

 

BBC, 영국 최초의 다운증후군 지방의원 스티븐 그린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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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그린 의원의 소식을 보도한 BBC 기사
ⓒ BBC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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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 시각) BBC 뉴스는 영국 노팅엄셔주의 너텔(Nuthall)이라는 한 교구의회(Parish Council)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스티븐 그린(49, 남) 의원에 대한 보도를 내보냈다. 다운증후군 장애인인 그린 의원은 2012년 임기 4년의 너텔지역 교구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BBC의 보도는, 그린 의원이 모금 활동을 벌여 자기 지역구의 파손된 도로를 수리하는 등의 일을 하며 지역구민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린 의원은 또 지역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장애인도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구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감동을 주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그린 의원 지역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인 피터 테일러씨는 B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린 의원을 보면서 장애인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장애인들이 도움만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지 그린 의원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지역구민을 위한  그린 의원의 다양한 의정활동은 자라나는 우리 학생들에게도 좋은 역할 모델이 될 것입니다."
 
행정 교구의회란?
영국에서 가장 작은 지방자치기관. 영국 전체 인구의 약 1/3을 관장하고 있고, 영국연방 중 잉글랜드(England)에만 약 8700개의 행정 교구의회가 있다.

인구가 100명 미만인 곳부터 7만 명이 넘는 곳까지 있다. 5명에서 20명 정도의 의원들이 있으며, 예산은 거의 없는 곳부터 100만 파운드(약 18억 원)가 넘는 곳까지 있다. 재원은 수수료·서비스 이용료나 부가세 징수를 통해 조달한다.

의회는 주로 다양한 지역시설의 보급, 유지 및 관리와 지역계획의 수립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일을 한다. 의원들은 소액의 기본수당과 출장비 등을 받고 집행직 의원들은 특별 직무수당을 추가로 지급받는다.
그린 의원은 의사소통에 약간의 장애가 있다. 그래서 아버지 그린빌 그린씨가 그의 의정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그린빌 그린씨는 지역구 상황을 수시로 아들에게 설명해준다. 그러면 그린 의원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숙고한 후 의회에 나가 다른 의원들에게 발표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또 그린 의원의 아버지는 그린 의원이 지역구를 방문할 때마다 동행하며 의사소통을 도와준다. 특히 처음 만나는 지역구민은 그린 의원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아버지가 그린 의원의 말을 친절히 '통역'해준다. 은퇴한 아버지가 장애가 있는 아들 의원을 위해 비서, 대변인, 통역사 등 다양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린 의원의 지지자인 피터 핸리 존스 성공회 신부는 BBC 인터뷰에서 "처음 그린 의원을 만나면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그린 의원은 만날수록 인품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를 볼 때마다 '정말 우리 지역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의원이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습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린 의원은 2005년에도 이 지역 교구의회 의원에 출마했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그는 낙심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였다. 그리고 7년 후인 2012년 10월 그린 의원은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다운증후군 장애인으로 교구의원에 당선되는 영예를 누리게 된다.

당시 그린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제가 태어나고 평생 자란 이곳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도움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좀 어려움이 있겠지만 주위에 많은 분들이 제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아버지 그린빌 그린씨는 "의원 당선은 아들이 이룬 큰 성취 중 하나입니다. 아들이 28세가 되던 1993년 아내가 죽고 아들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번 의원에 당선된 아들을 보니 너무 기쁩니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그린 의원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좋은 역할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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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그린 의원의 당선 소식을 전하는 2012년 보도(오른쪽은 그린 의원의 아버지)
ⓒ 야후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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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의원은 1993년 자신을 돌보아주던 모친이 사망했을 때 심정이 참담했다고 전했다. 모친은 그린 의원에게 유언으로 "아버지를 돌봐다오"라고 당부했다. 또 남편에게는 "우리 아들을 잘 돌봐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운명했다. 고인의 유언을 따라 그린 부자는 21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로를 잘 돌봐주고 있다. 너텔 행정 교구의회 누리집에 있는 그린 의원의 소개 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있다.

"저는 다운증후군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저를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1990년 전국 장애인 수영대회가 있었는데 아버님의 격려로 제가 선수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메달을 받고 수상을 하게 되어 후원금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후원금을 장애인들도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수 있도록 '입수(入水) 승강기'를 설치하는 데 기증했습니다, 그 결과 제 친구 장애인들도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2008년에 저는 노팀엄대학교에서 열린 뇌종양 아동을 돕기 위한 수영대회에 참가하여 60파운드(약 11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후원금을 뇌종양 아동을 돕기 위해 기부했습니다. 또 저는 암환자를 돕기 위한 카누 경주에도 참여하여 400파운드(약 75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습니다. 이 후원금 역시 암환자들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매주 목요일 한 지역학교에서 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음악 보조교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악보를 읽을 줄 알고 피아노를 칠 줄 알며 춤도 꽤 춥니다. 제가 도와드리고 있는 학교 선생님은 연주를 잘한다며 제가 피아노 치는 장면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BBC 인터뷰에서 그린 의원은 "힘이 닿는 대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또 향후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하여 국가를 위해서도 의정활동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몇 년 후 영국에서 최초의 다운증후군 장애인 국회의원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한편, 그린 의원이 당선되기 한 달 전인 2012년 9월 영국의 백화점 '마크 앤드 스팬서'는 4살배기 다운증후군 아동, 샙 화이트를 백화점이 발행하는 그 해 크리스마스 잡지 모델로 선정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샙의 어머니 캐롤라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아들 샙의 모델 역할이 다운증후군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힘과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네요."

스티븐 그린 의원과 샙 화이트에 대한 영국 언론의 기사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장애인 의원과 장애인 모델을 우리도 쉽게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장애 때문에, 외모 때문에, 지역 때문에, 학벌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차별하지 않는 나라! 우리는 정말 만들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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